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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해? 우리는 축구를 해!’ 송파구여성축구단


1998년 창단한 송파구여성축구단은 생활축구계의 손꼽히는 강팀이다. ‘축구하는 아줌마(?)’에 대한 편견과 싸우며 긴 시간을 함께 해온 덕분에, 이들은 존재만으로도 서로의 자부심이 된다.

올림픽공원 근처에 자리한 송파구여성축구장에는 송파구여성축구단이 지난 4월 2019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곧 제9회 대통령기 전국축구한마당 우승 기념 플래카드도 걸릴 예정이다. 송파구여성축구단은 지난 9월 1일 강원도 인제에서 마무리된 대통령기 대회에서 여성부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는 3회 연속 우승 기록이다.

창단 이듬해부터 송파구여성축구단과 함께해온 김두선 감독은 20년간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송파구청의 전폭적인 지원과 선수들의 열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사실 실력이 형편없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나도 선수들도 우리 팀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크다.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꾸준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니폼을 숨겼던 이유

실력적으로나 환경면에서나 탄탄히 자리 잡은 지금이지만 창단 초기로 기억을 되돌려 보면 웃지 못 할 일도 많았다. 특히 ‘축구하는 아줌마(?)’에 대한 편견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송파여성축구단의 창단 멤버이자 주장인 주은정 씨는 “훈련을 다니면서 유니폼을 꼭 가방에 넣고 다녔다.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지나가던 중년 남자들이 꼭 한 마디씩 했다. ‘말세다,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 집에서 밥이나 해라’ 그런 식이다. 별소리를 다 들었다”고 했다.

역시 창단 멤버인 김정희 씨도 동감했다. 그는 “1998년은 그런 시절이었다. 나는 택시운전사들한테서 특히 욕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편견은 아직 남아있다. 김정희 씨는 “전국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고 와도, 여자들이 축구를 한다고 하면 공 하나에 우르르 다니며 우당탕 골을 넣는 그림을 상상하더라. 아줌마들이 해봤자 얼마나 하겠느냐는 생각인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여자라는 이유로 한 번, 중년의 주부라는 이유로 또 한 번 편견에 부딪히는 셈이다. 주은정 씨는 “여자들도 잘할 수 있고, 특히 우리처럼 나이가 많아도 잘 달릴 수 있고 잘 찰 수 있다는 것을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창단 멤버들이 이렇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덕택에 송파구여성축구단의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주은정 씨는 50대, 김정희 씨는 60대다. 송파구여성축구교실에서 축구를 배우는 대학생들이 졸업 후 자연스럽게 팀에 합류하면서 안정적인 선수 수급도 이뤄지고 있다. 엄마와 딸만큼의 나이차가 나더라도 이곳에서의 관계는 언제나 언니와 동생이다. 0명의 자매들이 서로 믿고 도우며 함께 한다. 김정희 씨는 “감독님이 구심점이 돼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잘 적응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서 우리 팀이 오래오래 잘 유지되는 것밖에는 바라는 것이 없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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