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칫 FA컵 결승 문턱에서 좌절할 위기에 놓였던 대전코레일(이하 코레일)을 살린 건 장원석(33)의 시원한 한 방이었다. K리그 무대를 경험한 베테랑 측면 수비수 장원석도 FA컵 결승 진출에 흥분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장원석은 2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2차전에 출전해 천금 같은 골을 성공시켰다. 1차전 홈 경기에서 상주와 1-1로 비긴 코레일은 이날 반드시 골이 필요했으나 후반 종료 직전까지 골이 나오지 않아 애태웠다.
0-0으로 경기가 끝나면 상주가 원정골 우선 원칙으로 결승에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후반 44분 장원석이 시원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상주가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빛이 바랬지만 결국 코레일은 승부차기 끝에 결승에 올랐다. 장원석의 골이 아니었더라면 코레일은 일찌감치 결승행 꿈을 접어야 했다.
결승행을 확정한 뒤 코레일의 원정 라커룸은 환호성이 넘쳐났다. 경기 후 만난 장원석은 라커룸 분위기에 대해 “다들 미쳤다”며 웃었다. 인터뷰실에서는 절제된 톤으로 이야기했지만 그 역시 라커룸에서는 후배들과 원없이 기쁨을 나눴다.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승부였다. 장원석은 “첫 골을 넣을 때는 이대로 끝나서 결승에 가는구나 싶었는데 동점골을 허용하니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 역전골을 허용했을 때는 심판을 탓하게 됐고, 다시 동점골을 넣게 되니 이젠 되겠다 싶었다”며 시시각각 바뀐 심경을 전했다.
장원석은 2009년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해 제주유나이티드, 대전시티즌을 거쳐 올해 내셔널리그 대전코레일에 입단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그 역시 이런 경기를 하면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는 “따지고 보면 우리는 비주류 선수들인데 반란을 일으켜 결승에 올라간 상황을 만들었으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결승행 원동력에 대해 그는 “상주보다 우리가 부담감이 덜 하다는 게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감독님도 분석을 많이 해서 그것을 토대로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선수들도 똘똘 뭉치는 모습이 좋았다. 여러 가지가 두루두루 맞았다”고 밝혔다.
이젠 수원삼성과 결승이 남았다. 장원석은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여기까지 왔으니 우승을 노려볼 만 하다. 건방진 말일지 모르겠지만 수원이 화성과 경기하는 것을 보니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는 수원을 상대로 K리그 데뷔골을 넣었다”며 좋았던 기억을 회상했다.
끝으로 그는 “FA컵에서 지금까지 계속 프로 팀과 붙어왔다. 결승전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면 지금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일 것 같다. 선수들도 좋은 리그에 올라갈 토대가 마련됐다”며 결승전 필승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