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주장 염기훈이 FA컵 4강전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한 말이다. FA컵 4강 1차전을 0-1로 패하며 위기에 몰린 수원 선수단은 염기훈의 이 말을 다시 한번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수원은 지난달 28일 전북과의 K리그1 경기에서 0-2로 패하며 상위 스플릿 진출이 좌절됐다. 2016년 구단 창단 이후 최초로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한 수원은 3년 만에 다시 불명예를 안았다. K리그 전통명가의 자존심을 구긴 수원은 이제 FA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FA컵 1차전에서 수원은 무기력했다. 외국인 3총사(데얀, 타가트, 안토니스)를 총동원해 공격에 힘을 줬으나 허사였다. 수원은 0-1로 뒤진 후반에 염기훈, 한의권을 투입하며 주도권을 가져왔으나 끝내 동점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반드시 골이 필요한 2차전에서 이임생 수원 감독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이에 맞서는 화성은 다시 한번 간절함으로 뭉친다. 화성의 전사들은 FA컵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입증하기 위해 한 발짝 더 뛰었다. 김학철 화성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모두 다 사연이 많다. FA컵 4강은 간절함으로 뛰겠다"는 출사표를 밝힌 바 있다.
1차전을 보면 이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화성 미드필더 박승렬은 붕대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경기 초반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상대를 향해 두려움 없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결국 상대와 머리끼리 부딪히며 피를 흘린 박승렬은 이후 붕대를 감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박승렬의 투혼은 화성의 다른 선수들에게 전염됐다. 화성은 2차전에서도 정신력을 무기로 내세울 예정이다.
상주는 지난달 29일 열린 K리그1 경기에서 FC서울을 2-1로 꺾었다. 상위권 경쟁을 벌이는 서울을, 그것도 서울의 홈에서 잡아낸 것이다. 류승우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상주는 후반 초반 페시치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막판 송시우의 결승골로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상주는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부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1골 1도움 활약을 올린 류승우는 32라운드 MVP를 차지했다.
이제 FA컵에 올인한다. 상주는 FA컵 1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내주며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홈에서 2차전을 벌이는 상주는 마음 편하게 FA컵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게다가 결승 진출을 하면 엄청난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FA컵 결승에 가게 되면 선수들에게 동계훈련을 같이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부대 밖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팀의 자부심을 내세운다. 1943년 창단한 조선철도국 축구단을 모체로 하는 코레일은 역사의 힘을 믿는다. 코레일 본사의 든든한 지원도 선수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 다수의 우승을 이끈 김승희 코레일 감독의 노하우는 자부심의 커다란 한 축이다. 김 감독은 "코레일 축구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고, 과거에도 훌륭한 대표 원로급 선배들도 많다. 이런 팀의 일원이어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선수들에게도 내가 느꼈던 자부심을 같이 느끼게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2005년 인천한국철도(코레일의 전신) 코치로서 FA컵 4강을 경험한 김 감독은 역사 재창조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