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박영민의 말러> 시리즈는 말러의 심오한 음악세계를 상임지휘자 박영민의 지휘를 통해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프로젝트이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박영민과 부천필은 말러의 유작 ‘교향곡 제9번’을 연주하였다.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말러 사이클을 완성한 오케스트라인 만큼 부천필의 이번 말러 공연은 티켓 오픈 전부터 클래식 팬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이 날은 음반 발매를 위해 실황 녹음이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박영민 상임지휘자와 부천필은 입장부터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치한 채로 무대 위에 오른 모습이었다. 저음의 현과 호른이 조용히 울리며 시작된 연주회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순식간에 말러의 세계로 이끌었다. 말러의 교향곡 제9번은 말러가 죽음을 직면하며 쓴 교향곡으로 두려움 속에서도 구원을 발견하고자 했던 그의 절실한 마음과, 한편으로는 자연의 순리를 거역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초연한 체념이 담긴 곡이라 할 수 있다.
박영민 지휘자와 부천필은 1악장 도입부의 느리고 완만한 선율부터 알레그로 리솔루토가 되며 등장하는 결연하고 열정적인 선율까지 안정적으로 끌고 가며 진중한 연주를 선보였다. 이어 드라마틱한 렌틀러풍의 2악장과 작자의 번뇌가 느껴지는 3악장을 지나, 섬세한 강약 조절이 압권이었던 4악장이 바이올린 소리로 마침내 사그라들 때까지 관객은 숨을 죽이고 집중하였다. 이른바 ‘침묵 악장’으로 불리는 구간이었다. 쉼 없이 지휘봉을 휘두르던 박영민 지휘자는 허공에 손을 멈추고 그 여운을 길게 끌어내었다.
인터미션 없이 말러 교향곡 9번으로만 진행된 약 80분간의 긴 여정이 끝나자 이윽고 객석에서는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공연 직전, 실황 녹음이 진행된다는 안내 이후 들린 가장 큰 소리였다. 박영민 지휘자는 관객의 성원과 협조에 거듭 감사를 표하며 커튼콜을 가졌고, 부천필 역시 뜨거운 박수 속에서 연주를 마무리하였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2019년 연주회로 12월 6, 7일에 있을 BPO 오페라 <라 보엠>과 12월 27일 열릴 제256회 정기연주회 <베토벤, 합창>만을 남겨두고 있다. 두 연주는 모두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개최되며 부천필은 남녀노소 함께할 수 있는 포근한 연말 공연으로 2019년의 마지막을 부천시민과 장식할 예정이다. 예매문의 부천시립예술단 사무국 032)625-83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