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력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흙이 모여 단단한 토양이 형성되듯 오랜 시간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팀의 저력으로 남는 법이다. 1943년 창단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팀 대전코레일은 2019년 꿈의 무대인 KEB하나은행 FA CUP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단순히 하위리그의 반란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대전코레일이라는 팀이 가진 저력을 김승희 감독과 고참 이근원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올 시즌 초만 해도 내셔널리그 대전코레일이 FA컵에서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축구는 예상을 뒤엎는 매력을 지닌 스포츠다. 그 무대가 단판승부인 FA컵이라면 매력은 배가 된다. 시작은 지난 4월이었다. 대전코레일은 FA컵 32강전에서 K리그1 최강인 울산 현대를 만났다. 울산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오히려 대전코레일의 2-0 완승이었다.
이후 16강전에서 서울이랜드FC를 완파하고 8강에서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까지 꺾으며 14년 만에 4강까지 오른 대전코레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온 성과인데, 이들은 멈출 줄 몰랐다. 4강 상대인 상주 상무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기고 2차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결승까지 오른 것이다.
특히 상주와의 4강 1, 2차전은 한 편의 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홈인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대전코레일은 후반 31분 상대에 선제 실점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종료 직전 이근원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폭우 속에 펼쳐진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대전코레일은 고군분투 끝에 후반 44분 첫 골을 넣었지만 이후 바로 실점했고, 연장전에서도 한 골씩 주고받는 등 난타전을 펼쳤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갈렸다. 대전코레일은 네 명의 키커가 골을 성공시킨 반면 상주는 두 명이 실축하는 등 불운이 뒤따랐다. 대전코레일이 극적으로 결승행 티켓을 잡는 순간이었다.
“4강 2차전은 폭우로 인해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감독인 저로서는 오히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저 선수들을 믿을 뿐이었죠. 골을 넣고 실점하는 등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은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 마음을 편하게 가져서 그런지 오히려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선수들을 믿었고, 생각보다 잘 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 김승희 감독
“4강 2차전은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온 탓에 공을 차면 공이 안 나가고 서버릴 정도로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았죠. 저희도 힘들었지만 상주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그 상황에서 고군분투했어요. 후반 종료 직전에 선제골을 넣고 직후에 바로 실점했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허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만큼은 솔직히 ‘이번엔 안 되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긴 했어요. 감독님은 마음을 내려놨다고 하셨지만 전 솔직히 그러지는 못했거든요. 하지만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마음을 잡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더니 결국 승리할 수 있었죠.” - 이근원